Khadas Mind, 그리고 또 하나의 유혹

Khadas Mind, 그리고 또 하나의 유혹
오늘 마침 내가 관심 있게 보는 Khadas에서 신제품이 나왔다는 이메일이 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이야기를 기록해보고 싶어졌다.


2024년 초, 겨울 이사를 계획하면서 집에 데스크톱 하나를 들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큰 데스크톱은 부담스러워서 미니 PC 쪽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게임도 좋아하고, 영상 편집도 언젠가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성능을 보다 보니 가격은 점점 올라갔다.


조립까지 고민하던 중, 알고리즘을 타고 우연히 발견한 제품이 바로 Khadas의 Mind였다.

  • 손바닥 크기의 작은 미니 PC.
  • 처음에는 디자인과 컨셉에서부터 시선을 잡아끌었다.
  • 포켓 사이즈의 늘씬한 직사각형, 고급스러운 알루미늄 재질.
  • 그리고 자체 개발한 도킹 시스템.


Mind는 단독으로도 PC로 사용할 수 있고,
Mind Dock, Mind Graphics 같은 도킹 장치를 연결하면
더 편하게, 혹은 더 강력한 성능으로 확장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 ‘확장성’이라는 개념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직 프로토타입만 공개되던 시기에 큰맘 먹고
Mind i7 모델과 Mind Dock까지 구매했다.


i7 프로세서, 32GB RAM, 1TB SSD. 가격은 약 990달러.
Mind Dock은 179달러, 여기에 가죽 파우치와 추가 SSD까지 더해
배송비와 환율을 포함하면 총 180만 원 정도가 들었다.


사실 그 가격이면 데스크톱으로는 훨씬 더 좋은 사양을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Khadas가 추구하는 ‘portable’과 공간을 넘나드는 활용성이라는 컨셉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다.


현재 만족도는 어떨까.


Dock에 Mind를 넣고 빼는 그 물리적인 쾌감은 꽤 좋다.
Dock에 달린 지문 인식,
그리고 데스크 셋업에 진심인 사람들에게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오브제처럼 느껴질 만큼 예쁘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내가 컴퓨터를 활용하는 직업도 아니고, PC를 들고 여기저기 옮겨 다닐 일도 많지 않다.
언젠가 진료실이 생기면 집과 직장에서 같은 PC를 쓰면 좋겠다는
막연한 상상은 있었지만, 노트북은 무겁고, 그렇다고 이 제품을 그만큼 활용하고 있지는 못하다.


Khadas는 자신들이 설정한 방향성대로 계속 확장해 나갔다.
기존 Mind는 Intel Iris Xe 내장 그래픽으로 꽤 쓸 만했지만 고사양 게임이나 고화질 영상 작업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해 여름, Mind Graphics가 출시되었고…
나는 또 한 번 호구가 되었다.


정가 990달러, 프리오더 할인으로 899달러.
Mind 본체와 거의 비슷한 가격이었다. 크기는 더 컸지만 디자인은 여전히 묵직했고, 기존 Mind + Dock 조합에서 가까이서 느껴지던 발열과 소음은 Graphics에 연결하면 확실히 줄어들었다.


포트 구성은 Mind, Dock, Graphics 각각만 봐도 부족함이 없었다. USB-A, USB-C, HDMI, DP, Ethernet까지.
Dock에 연결해 쓰면 웬만한 헤비 유저가 아니라면 차고 넘친다.
문제는 역시 공간이다.

지금의 나는 집에도, 직장에도 완전히 나만의 프라이빗한 공간이 없다.
그래서 Dock은 드레스룸 한켠의 작은 책상에, 게임할 시간도 거의 없으면서 Steam VR을 위해 Mind Graphics는 거실 공유기 옆에 설치해 두었다.


두 개의 Dock을 모두 활용해보려는 나름의 발악이다.
이 특이한 도킹 시스템의 컴퓨터에 빠져 관련 장비들에만 약 250만 원을 썼다.


누군가는 맥북이나 맥 스튜디오에
그보다 더 많은 돈을 쓰기도 하니 나만 유별나다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그리고 오늘 도착한 이메일.
새로운 제품이 또 나왔다.
Portable Screen에 Mind를 연결해 쓰는 구성.


지름신이 다시 강력하게 흔들린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사용 중인 기기는
갤럭시 탭 울트라 10이다. 이미 차고 넘치는 성능이고, 활용도도 겹친다.
요즘은 안드로이드 OS만으로도 윈도우 못지않은 활용이 가능하고,
리모트 앱으로 데스크톱에 접속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고민이 된다.
아마도 나는,
한 가지를 쓰기 시작하면
가지치기하듯 시리즈를 모으고
하나의 생태계를 완성하고 싶어 하는 성향인 것 같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아이폰을 쓰고 있었다면,
나는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었을까.

그리고 이 글을 혹시라도 우리 와이프가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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